맛보고 걷고 뛰고

설악산 서북능선을 따라 대청봉까지 등산(2)

육두만(하루에 육을 두 번 만나자) 2025. 5. 3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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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서북능선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등산(1)에서 이어집니다.

어떤 나무는 설악산에서 자라고
어떤 나무는 야산에서 자랍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는 부자 나라에서 누구는 가난한 나라에서,
누구는 부잣집에서 누구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납니다.
크게 보면 설악산에서 자라는 나무,
대한민국에서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행복합니다.

오늘은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구름이 드리워져 시원하고 그럼에도 전망이 나쁘지 않은 날입니다
선명하지 않은 먼 산은 오히려 신비함이 느껴집니다.

 설악산의 진면목들이 차례차례 시야에 들어옵니다.
뾰족한 산봉우리 위엔 마치 무언가가 세상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선의 세상을 상상했던 선조들의
믿음이 이해가 갑니다.

설악산 서북능선을 따라가는 길은
설렘의 연속입니다.
새로운 산길은 보물찾기 하는 느낌입니다.
보물 찾기는 실패가 없습니다.
보물 같은 멋진 경치가 연이어집니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습니다.
경치를 보느라 걷는 속도가 조금 느려집니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설악산은
낯설지만 흥미롭습니다.
이제 목적지인 대청봉이 저 너머에 보입니다.
아직은 멀리 있습니다.
목표가 눈에 들어오니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집니다.

부지런히 걸어가야 할 길이 앞에 있습니다.
능선길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의 나무를 만납니다.
상처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으나
굳건한 줄기덕에 부러지지 않고 더 오랜 시간을
지켜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서북능선의 앞뒤양쪽 옆의 풍경은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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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방향은 남성적인 느낌의 우직함이 느껴지고
좌측의 내설악 방면은
여성스러운 설악산 특유의
아름다운 느낌이 있습니다.

걸어온 뒤쪽의 풍경은
둘을 반반 섞어놓은 것 같습니다.
올라온 길이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는 기쁨 중 하나는 이런 것입니다.
자연의 박물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입니다.
특히 설악산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산은 이렇게 모든 것을 베풀어줍니다.

등산로 표식

오래전에 아버지께서 처음 설악산을 오르셨을 때
길을 잃어버린 일화를 말씀해 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휴대폰이 있었지도 않았고
지도를 보고 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등산로 안내 표시판도 지금보다는
잘 되어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등산로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설치한 표시가
잘 되어 있어 쉽게 길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능선길은 어려워집니다.
칼바위 위를 걸어가는 구간은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린 날은

매우 위험해 보였습니다.
추락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안전라인만 설치해 두었습니다.
위험구간은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주의를 집중합니다.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는 산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름으로 그 특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등산뿐만 아니라 세상사는
다른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안에 시나리오를 사전에 예측하면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 대처가 어느 정도는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쉬운 문제도
무방비로 당하게 됩니다.

전망 좋은 곳에서 배낭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선선함은 더 커졌습니다.
바위 위에 앉아 아름다운 전망을
한동안 바라만 봅니다.
 그저 바라만 봅니다.
아무 걱정 없는 시간입니다.
맑은 공기만큼 머리도 맑아지고
눈도 밝아지고 콧구멍속도 뻥 뚫립니다.
잠시 휴식 후 다시 걷습니다.

조금 더 이동하니 엄청나게 많은 바윗돌이
마치 폭포처럼 흘러내린 것 같은 광경이 펼쳐집니다.
하늘에서 산꼭대기에
돌을 뿌려놓은 것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이제 다시 편안한 오솔길이 열립니다.
푸르름이 아직은 덜 차올라 있습니다.
고도가 더 올라갈수록 산속은
이제 막 지난겨울에서 깨어났습니다.

점차 나무들의 키가 작아졌음을 느끼게 됩니다.
정상 부근이 가까워진 것입니다.
또 다른 세상에 들어왔습니다.
더욱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끝청에 도착했습니다.

끝청에서 바라 본 풍경

한계령으로 구름이 넘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구름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등산객에게 멋진 풍경을 선사해 줍니다.
구름을 움직이는 것은 바람입니다.
현상에 대한 본질을 생각하는 훈련을
이곳에서 하게 됩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보이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끝청에서 구름을 보며
잠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이제 다시 목표를 향해 다시 걸어 나갑니다.
이제 눈앞에 있습니다.
나무들은 바닥에 더욱 바짝 붙어있습니다.
바람의 세기가 약간은 강해진 것 같습니다.
정상 부근에서도 꽃을 피우고 생명은 이어집니다.
높은 곳에서의 멋진 전망에 대한 대가는
강풍과 잦은 비와 두터운 눈입니다.
흔들리고 눌러지지만
버티고 버텨냈습니다.
 
산을 오르는 동안은 이곳은 교훈의 장입니다.
오랜 걸음으로 다리가 조금씩 무거워집니다.
무거움이 높이로 보상을 받습니다.
눈은 하루 종일 호강합니다.
등산로가 돌길로 바뀝니다.
바람이 더 강해집니다.
체온도 낮아집니다.

공사중인 중청대피소와 대청봉

그리고 하늘이 더 어두워졌습니다.
정상에 오후 1시까지 도착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합니다.
중청대피소는 없어졌고
새로운 시설을 만들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어떻게 내려왔는지 큰 굴삭기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설악산에 왔던 오래전
이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텐트 치는 장소에서 조금 내려가면 약수터가 있었습니다.
한여름에 얼음물 같은 차가운 물을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정상에서의 밤은 피곤했음에도
고도가 높아서인지 잠이 잘 오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추억은 그렇게 평생을 함께합니다.
시간을 거슬러 그 당시의 감성이 다시 솟구쳐 오릅니다.
다시 아버지는 내 옆에 계시고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만끽합니다.
추억의 대청봉으로 오르는 길에
싸라기눈이 조금 내립니다.

대청봉

드디어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 도착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대청봉 정상석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정상석도 그 모습 그대로
가장 높은 곳에서 설악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정상석을 안고 기념사진촬영을 했습니다.
반가움과 성취감이 함께 몰려옵니다.
그리고 날려갈 듯한 강풍도 몰려옵니다.
아쉽게도 체온이 떨어져 정상에서의 감흥을
오래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대청봉에서 바라본 풍경

바람을 피해 정상석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김밥과 음료로 배를 채웁니다.
오늘 동해는 잘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설악산은 멋진 풍경과 더불어
성취감을 맛보게 합니다.
그리고 자주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습니다.

설악산 하산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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